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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6-13 11:44:31
  • 수정 2016-06-15 14: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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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주 (양주 백석중학교 2년)

                                                     우수상(강북구청장상)

 

 

때는 4월 이었다. 오늘처럼 기분 나쁜 비가 추적추적 내렸었다.

 

 


“아 우산 없는데.”

 

 

그 날도 오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 때문인지 불쾌지수와 귀찮음은 쌓여만갔지만 늘 그렇듯이 묵묵히 교과서만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나에게만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았다. 교실의 분위기는 축 쳐져 있었다.

 

 

어느 순간 선생님은 뭉툭한 손 끝으로 날카롭게 날 가리켰다.

 

 

“민주야. 네 짝 깨워.”

 

 

선생님의 명령조 말투가 가시 돋은 듯 했다.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자던 친구를 깨우니 그 친구는 습관처럼 짧은 욕을 뱉곤 비몽사몽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동자에는 다른 것이 차 있었다. 낮은 선생님의 한숨 수업 시간은 반도 흐르지 않았건만, 우리의 6교시 수업은 거기서 마무리 됐다.

 

 

반장과 회장, 부회장들이 나갔다. 비는 그칠줄을 몰랐다. 나는 그 사이에서 아무런 의욕도 없이 ‘시끄럽다’하는 생각으로 앞에 나선 이들의 행동만 바라보았다. 반에서 가장 활기찬 반장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터뜨렸다.

 

 

“우리 반 규칙이 완벽하지 않은 것 같아서 학급회의를 할거야.”

 

 

두어명이 찬성한다며 까만 눈동자를 반짝 거렸다. 그외 나머지는 귀찮다면서도 참여하고 있었고, 아니면 나와 같이 시큰둥하게 다른 곳만 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맨 뒷자리에 있는 반장의 자리에 앉아 우리가 하는 양을 지켜보셨다.

 

 

반장과 부회장이 무슨 말을 하고, 부회장이 어떤 의견을 적고,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고 다른 이야기를 해도 그 자리에 아무말 없이 지켜 보시기만 했다. (심지어 엎드려 자는 학생도 지켜만 보셨다.)

 

 

회의는 그런대로 이꿀어져 갔다. 난 쏟아져 내리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리며 대충 손만 올렸다 내리며 의사 표시를 했다. 수업시간을 5분 정도 남기고 회의는 끝났다. 우리반의 규칙과 벌칙은 회의에 가장 잘 참여했던 사고뭉치란 별명을 가지던 아이에게 맞춰졌다. 나는 부반장이 마카로 쓴 문장을 읽고 눈쌀을 찌푸렸다.

 

 

‘복도에서 뛰다 걸리면 앉았다 일어나기 3개.’

 

 

저런 것으로 벌을 준단 말인가? 헛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러는 사이 자리에는 반장, 회장과 부회장 대신 선생님이 서 계셨다. 선생님은 칠판의 규칙을 쓰윽 훑어 보셨다. 그리고 버석하게 마른 입술을 떼셨다.

 

 

“불만 있는 사람은 손을 드세요.”

 

 

많은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 중엔 나도 있었다. 선생님이 손을 든 아이들 중에서 한 아이를 짚으셨다. 아이는 쭈뼛거리며 일어섰다.

 

 

“어, 그니까 저는...”

 

 

“이 규칙에 대해 어디가 왜 불만인 것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야. 아까 반장이 수정사항있냐 물어볼 때 넌 뭐하고 있었지?”

 

 

아이는 입을 꾸욱 다물었다. 누구도 할 말이 없었다. 선생님은 물을 마셔 ㅤ입술을 적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안에서 나온 말은 딱히 누구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말에 깊숙하게 박혀 들어왔다.

 

 

“의견 하나만 냈었어도 우리반은 확 바뀌었을거야. 그렇지?”


 

 

모두 대답없이 고개만 주억거렸다.

 

 

“선생님은 이런 회의 뿐만 아니라 평소 수업이나 대화에서도 너희의 의견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낮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귓가를 예리하게 파고 들어 간지럽혔다.

 

 

“자신의 의견과 불만을 꼭 말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커가길 바란다. 이상. 수업 끝!”


 

 

비는 어느새 그쳤다. 구름의 모양도 바뀌었다. 그리고 내 생각도 바뀌었다. 표현 그 힘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작게는 나에서 크게는 나라도 바꾼다는 표현. 선생님은 내게 민주주의에서 꼭 필요한 표현을 알려 주셨다.


 

 

내가 더 크게 된 비 오던 6교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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