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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08 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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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이용민 소장

2월 3일은 제2회 ‘한국수어의 날’이다. 예전에는 수어를 수화(手話)라 일컬었지만 2016년 2월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국어와 동등한 언어의 위상을 갖춘 ‘수어(手語)’로 불리게 되고 2021년 2월, 제1회 한국수어의 날이 지정되면서 한글날(10.9.), 한글 점자의 날(11.4.)처럼 언어관련 법정 기념일이 되었다. 


그러나 ‘한글날’이나 ‘점자의 날’은 모두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문어 표기체계인 반면, 한국수어는 한국어 체계와는 다른 한국 수어만의 독립적인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즉, 한국 수어는 우리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 농인의 문화를 함축하고 생각이나 감정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완전한 언어이다. 


요즘 코로나19 이후 정부 브리핑의 수어통역과 ‘#덕분에 챌린지’등을 계기로  한국 수어의 위상과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이에 힘입어 우리 사무소에서도 농인과 수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나비효과>에 “나비의 날개 짓과 같이 조그만 것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라는 명대사가 있다. 


작년 우리 사무소에서 제작한 「곤충·식물 수어생태도감」이라는 작은 날개 짓이 농인에게는 자연에 대한 관심을 주고, 전국 국립공원에서는 수어와 농인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나비효과에 힘입어 우리는 다시 한 번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소보사)과 손잡고 「국립공원과 깃대종 수어도감」을 제작하게 되었다. 


성경에 보면 아담이 신의 창조물인 동식물의 이름을 짓는 장면이 나온다. 


그저 뛰어다니는 동식물을 관찰하여 이름을 지어 줌으로서 신의 창조물에 존재와 의미가 주어지게 되었다. 즉 김춘수의 시 ‘꽃’에서 말하듯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을 각각의 관찰을 통해 수어로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자 우리에게 의미가 되어 다가왔다. 


이런 수어를 향한 작은 날개 짓들이 ‘한국 수어의 날’에 우리 공단도 함께 동참한 것 같아 뿌듯하다.


“소리가 없는 세계에서 ‘박수’는 손뼉을 치는 대신 양손을 올려 별처럼 반짝이는 동작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화면 가득 소리 없이 반짝이는 박수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환대 받는 기분이 들었다. 어서 오라고, 기다렸다고”


책「수어: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저자 이미화)」의 한 문구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어쩜 우리가 만들고 있는 수어생태도감이 자연과 목말라 있던 농인사회가 기다리던 반짝이는 별은 아닐지, 그리고 한국 수어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기대된다. 


다시 한 번 ‘한국 수어의 날’을 맞아 임인년 새해에는 우리가 만든 생태수어, 수어해설로 국립공원 자연이 주는 선물을 모두가 누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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