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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5-30 14: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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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민
"저요!"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아이의 이름은 강유경, 우리학교에서 시끄럽고 남자 아이들고 잘놀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이다.

 

"제가 나갈게요!" 당당하게 회장선거에 출마하는 유경이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휘익-' 하며 휘파람을 부는 아이들은 대부분 남자 아이들이다. 여자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환영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속을 알 수 없다. 유경이가 스스로 지원을 한 뒤 두명의 아이들이 뒤따라 지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유경이의 압도적인 승리. 활발하고 잘 노는 아이가 회장이 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시 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 반의 선거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모두들 침묵했고 유경이가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을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았으니까.

 

나는 너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유경이의 당선은 떳떳하지 못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유경이가 남자 아이들에게 지난 주 토요일 PC방 요금을 줬고 여자아이들에게 조용히 협박을 한 짓을 알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면서 왜 침묵할 까? 나 역시도 말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번째, 두려워서이다. 남자 아이들은 자신이 뇌물을 받아 부당한 행위를 저질렀음을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알려지는 것 역시 두려웠을 테고 여자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를 이야기 함으로서 벌어질 소란이 두려울 것이고 방관할 수도 있는 친구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다.

 

두 번째, 결과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 아이들이다. 부당하고 잘못된 결과에 굴복하여 자신이 피곤해 지는 것을 열련에 방지하려는 태도를 보이면 유경이에 대한 절대적인 굴복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회장 선거의 비리는 조용히 묻혀지는 듯 보였다. 이 때 나는 4.19 혁명을 떠올렸다. 잘못된 선거와 정부에 대항해 나와 비슷한 나이의 '학생'들이 시작한 혁명. 비록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지만 그 만큼 많은 민중들이 합세해 민주주의를 실현해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된 그 사건! 4.19 혁명을 본받아 우리들도 잘못된 반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내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었다. 나 역시도 다른 친구들과 같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만 하던 그 때, 마리가 말을 걸어왔다.

 

"저... 수민아 있잖아, 우리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너도 투표전에 유경이가 자기 뽑으라고 말 하는 거 들었지? 선생님께 재 투표 하자고 말씀드리자."

 

"괜찮을까?"

 

"안 될 것도 없지 이건 잘못됐고 나 한명이 아니잖아. 다른 친구들도 함께 할거니까."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4.19 혁명도 여러 학생들이 뜻을 같이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조상들이 구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모두가 의견 하나 하나를 존중받을 권리를 지닌다.

 

규경이의 당선은 재투표로 취소가 되었고 건전한 투표로 회장이 다시 결정 되었다. 4.19 혁명 당시 와는 다르게 우리는 비교적 개인의 의견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소수가 모여 무언가를 바꾸는 것 또한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이제는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으며 또 그런 새로운 의견들이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간다. 국민들의 의견으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태완이 법'이 통과 됐다. 미제 사건들의 수사가 활발히 이뤄져 피해자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주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독재와 정해진 것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소수, 혹은 혼자서라도 바꿀 수 있다. 한 사람의 용기가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대한민국을 더 나은 나라로 거듭나게 한다. 교내의 작은 선거, 무시하기 쉽지만 우리는 작은 것부터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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