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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8-06 09: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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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유한)서울센트럴 대표 변호사 김상배


‘동량’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건물의 ‘기둥과 들보’를 말한다. 들보는 건물의 기둥 위를 가로지르는 나무로, 가장 크고 중요한 들보를 ‘대들보’라 한다. 결국 동량이란 건물의 뼈대 역할을 하는 나무로 동량이 없으면 건물은 설 수가 없다.


지금은 동량이란 말이 집안이나 사회나 국가를 떠받들어 이끌어 갈 젊은이나 인재를 이르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휴일 아침, 아내와 함께 양재천으로 산책을 나갔다. 한적한 물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여유롭고 차분해진다. 삶 자체가 축복이고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양재천 양쪽 언덕은 나무와 풀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크고 당당한 나무와 작고 왜소한 나무, 곧게 뻗은 나무와 비뚤어진 나무, 가지와 잎이 무성한 나무와 엉성하고 허름해 보이는 나무들까지 많은 나무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숲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작은 숲에는 풀들도 함께 자라고 있다.

키가 크거나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풀들이 있는 반면에 볼품없이 땅바닥에 깔려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히는 이름 모를 잡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볼품 없어 보이는 나무들도 다른 나무들과 비교를 하지않고 한그루씩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나름 다 볼만하다. 키가 작거나 비뚤어지거나 가지나 잎이 빈약하더라도 한그루씩 바라보면 모두 개성이 있고 나름 적절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러한 각기 다른 나무들이 함께 모여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자기 공간을 채워서 비로소 작은 숲이 되는 것이다. 모두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소중한 숲의 구성원 역할을 하고 있다.


온갖 나무와 풀들이 모여 숲과 자연의 풍경을 만들어내듯,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사회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빛나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주변을 지키는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사회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은 물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사회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량’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동량이 될 수도 없고, 동량이 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이 맡은 역할이 다소 작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그 일이 가치가 없거나 그 사람이 하찮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일이나 사람은 없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그것이 바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튼실히 서 있을 때 비로소 숲과 자연은 조화를 이루고 아름답다.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살아갈 때 그 사회는 건강하게 살아 숨 쉬는 사회로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사회적 지위가 높든 아니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아갈 때 세상은 더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딸아이가 취직을 하였다. 그리고 어제는 딸아이가 첫 월급을 받았다면서 가족들에게 저녁식사를 샀다.


식사 중에 딸아이가 나와 아내에게 감사의 편지를 건네주는데, 편지를 읽자니 가슴이 뭉클하다. 이어 처음 받은 월급으로 무엇을 사드릴까 고민하다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현금으로 드린다면서 봉투를 건네주는데, 제법 두툼하다.


그런데 봉투가 하나라 아내와 내가 봉투를 잡고 서로 밀당을 하다가 힘이 센 아내가 모두 빼앗아갔다. 내게는 한 푼도 나눠주지 않는다. 잠시 동안 ‘손맛’만 느끼다가 끝났다.


딸아이에게 앞으로 엄마 아빠에게 줄 것이 있으면 각자 따로 챙겨달라고 당부하였다.

나와 아내는 딸과 아들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아내는 나와 결혼해서 가장 기쁘고 잘한 것이 딸과 아들 2명의 자녀를 낳은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듣기에 서운할 수도 있지만 아내의 눈빛을 보면 사실임이 분명하다.


나는 이 아이들이 사회나 국가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훌륭한 ‘동량’이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자신들이 선택한 일을 성실히 해나가면서 그 속에서 기쁨을 느끼고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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