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건강칼럼리스트, 9988끈 산악회 사무국장 이병록
꽃게 대게 털게 왕게 방게 소라게 참게 농게 달랑게 길게 애기참게 투구게 한발농게 엽낭게 남방농게...
우리가 먹는 게의 종류다. 참 많기도 하다. 입을 즐겁게 하는 바닷게인 걸 되묻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아침 이야기의 도마에 올릴 게는 바로 <답게>다.
엄마답게 아빠답게 상사답게 부하답게 목사답게 공무원답게 회장답게 총무답게 사람답게 등등...
이 <답게>는 인간에게 어마무시한 요구를 하는 단어인데 그걸 지키는 사람은 흔치 않다.
얻어맞고, 감옥을 가고, 이별을 당하고, 욕을 먹고, 배신을 당하고 등등이 이 <답게>라는 단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젤 쉬운 것도 <답게>이고 어려운 것도 <답게>다. 젤 쉬운 걸 젤 어렵게 하는 요인은 바로 인간의 욕심이고 오지랖이고 분수를 모르는 자아에 있다.
밥그릇엔 밥만 담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꼭 거기다가 국을 담으려니까 문제가 발생하고 <답지 못한> 결과가 생긴다.
살다 보면 자기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남 일에 감나라 배나라 하는 사람이 있다. 무슨 단체에서도 간혹 임기를 마친 사람이 후임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모임의 총무든 혹은 부회장이든 그저 본인한테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되는데 회장한테 동쪽으로 가라 서쪽으로 가라 밤을 주어라 고기를 뒤집어라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면모를 들여다보면 정작 본인의 임기땐 뭐 하나 제대로 한 일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 사람은 남이 인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지꾀에 저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만다.
이 아침 나를 되돌아보고 점검해 보는 시간은 어떨까.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밖에서 헤매고 있지는 않는가.
내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남의 집 마당에 빨래 걱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반성하고 다듬고 되짚어보는 시간...
그 시간만이 오직 나를 살리고 지켜준다는 걸 마음속에 새기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