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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5-25 18: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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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약 회장이 된다면 폭력없는 반, 욕설 없는 반을 만들겠으며 항상 여러분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오늘은 우리반 회장선거. 정말 많은 아이들이 출마해 눈을 빛내며 자신의 공약을 내세웠지만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유치한 말만 하는지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이 아이는 뭔가 다르다.

 

“여러분,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주의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돼 이끌어 나가는 정치주의 이지요."

 

욕설없고 폭력없는 반을 만들겠다면서 갑자기 민주주의라고? 나도 모르게 그 아의 말에 빨려 들어갔다.

 

"저는 우리반에 생기는 모든 일들을 여러분과 함께 결정하고, 여러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단지 여러분의 관심과 인기를 얻기위해 내는 민주주의 의도와는 맞지 않는 포퓰리즘성 공약은 내지도 않겠습니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꽃을 저에게 꼭 끼워주세요!" 그래, 내 꽃은 너에게 피우겠다!

 

1초의 고민도 없이 나는 내 꽃을 그 친구에게 맡겼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친구가 많았는지 그 친구의 이름 옆에는 가지들이 참 많이 쌓여갔다.

 

그때 문득 이제 학원에서 들은 4 ·19혁명에 대해 생각이 났다. 그렇게 오래 전부터 민주주의에 대해 뜻이 있었던 분들이 많았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고, '민주주의'라는 것을 지켜내기 위해 수 많은 목숨들이 희생돼 이뤄낸 '보장된 투표권'과 '자유'는 참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때 그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닌 어느나라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르며 북한 보다 나을 바가 전혀 없는 우리가 항상 누리는 여러가지 특권을 잘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지금 내가 이자리에 앉아 이렇게 내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고 투표하는 꽃을 피워 낼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엄청난 희생이 따랐을 지도 모른다.

 

앞으로 민주주의는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소수의 의견 하나하나에도 귀를 기울이고 국가보다 국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됐으면 좋겠다. 또, 보이는 곳 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신경을 쓰는 민주주의를 희망한다.

 

"정현아, 당선소감 발표한데! 정신좀 차려!"

 

상상의 세계에서 한참 헤매이고 있을 때 내 친구 재원이가 나를 꺼내 줬다. 정신을 차려보니 역시나 그친구가 회장!

 

"여러분 저를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반을 열심히 이바지 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널 끝까지 지켜보겠어.

 

오늘 선거를 통해 참 여러가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게 됐다. 평소에는 잘하지 못하는 것을 말이다. 모든 민주주의 시작은 '투표' 이고 나는 처음으로 제대로 '시작'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정말 중요하다. 시작을 잘못하면 마지막도 잘못될 가능성이 크니까. 그래서 투표를 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꽃'이라고 하나보다 오늘 이 순간처럼 나를 위한 '시작', 우리를 위한 '꽃'을 피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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