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bukbu3000@naver.com

국민권익위원회가 측정하는 전국 공공기관 청렴도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다. 청렴도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지방자치단체가 실제로는 온갖 비리에 연루돼 관계자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평가방법이 잘못돼 청렴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낮은 순위를 기록한 자치단체의 경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평가결과에 불복해 잡음이 일고 있다.
실제로 강남구는 최근 공금 횡령과 친인척 취업 청탁비리 혐의로 신연희 구청장이 구속됐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청렴도 평가에서 내부청렴도와 종합청렴도 모두 전국 1위를 한 바 있다. 강남구는 작년에도 내부청렴도 전국 2위, 종합청렴도 2등급을 기록했다. 경남 함안군은 차정섭 군수가 5천만원의 뇌물수수 혐의로 형사처벌되었는데도 2015년도에는 종합청렴도면에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2016년도와 2017년도에는 내부청렴도 2등급을 기록했다. 단체장이 구속기소된 전남 해남군, 무안군, 경기도 하남시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자치단체는 작년도 내부청렴도에서 2, 3등급으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 2월 21일 국민권익위원회 주관으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제도 발전방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가 열렸을 때도 학계, 시민단체, 공공기관 등의 참석자들의 지적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2년부터 매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청렴도 측정이 공공기관의 부패 정도를 파악해 반부패 정책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취지와 달리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고 있는 것이 현재 운용되는 청렴도 측정모형이다.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측정 모형은 일반 민원인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 조사방식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2008년도부터 내부구성원들이 평가하는 내부청렴도 조사방식이 도입되면서 문제가 야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부청렴도 측정은 각 조사대상이 되는 기관 근무자 가운데 10%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이메일로 설문조사하는 것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청렴도 측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측정대상 기관에서 징계처분을 받은 내부직원이나 인사불만자 등이 악의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는 것을 현재 조사방식으로는 측정결과의 오염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외부청렴도 조사에 비해 내부청렴도 조사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내부직원들의 잘못된 평가로 인해 청렴도가 떨어지는 기관으로 낙인찍히는 불합리함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의 장이 주민들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많이 하거나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다보면 업무량이 많아져 직원들이 이를 과중한 업무부담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 결과 설문과정에서 부정적인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도봉구가 대표적 피해 사례
대표적인 피해 사례가 도봉구이다. 도봉구의 경우 외부청렴도는 2016년도 전국3위, 2017년도 전국12위로 상위등급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는 반면 직원들이 평가하는 내부청렴도는 5등급에 머무르고 있다. 공무원 비위사건 발생 건수에 있어서 도봉구는 지난 8년 동안 4건에 불과하고 그것도 2건은 자체적발한 것이어서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등급을 받은 것은 오로지 업무가 늘어난 직원들의 불만이 쌓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동진 구청장은 그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여성친화도시 지정, 혁신교육특구 지정 등 도시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서울아레나 공연장 유치를 비롯한 역대 최대 규모의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여 구민들의 복지와 도봉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여러 사업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구청 직원들의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례로 도봉구는 지난 8년 동안 새로운 사업을 위해 40개 이상의 팀을 신설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내부 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는 것을 액면 그대로 인정해버리면 구민들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닐 수 없다. 현행 평가기준에서 내부청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을 편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청렴도 측정제도로 공공기관의 청렴도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도봉구처럼 일하려는 구청장이 거꾸로 낮은 내부평가를 받게 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잘못된 평가로 구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국가권익위원회는 당장 2018년 올해부터라도 내부평가 방식을 개선하고 반영률을 낮추는 동시에 객관적인 부패사건 발생 정도에 따른 비중을 크게 높이는 등 측정방법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청렴도 측정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거꾸로 청렴정책 시행과 공직기강 확립에 악영향을 준다면 왜 이런 측정을 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 역시 그에 맞춰 더욱 자체의 청렴성 여부에 신경을 쓰면서 구민과 내부 직원 등 내외적으로 모두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