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bukbu3000@naver.com
얼마 전 남자아이인데도 예쁘게 생겼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한 학생이 엄마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외국으로 유학 가려고 하는데 무엇을 전공하면 좋을지 궁금해서 왔다는 겁니다. 엄마는 아이가 회계학을 전공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를 처음 보는 순간, 아이 얼굴이 많이 얼어 있고, 또 위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너, 최근에 울어본 적 있어?" 아이는 "없는데요"라고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아이는 언제 울어보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 아이의 우뇌 창의성은 이미 오래전에 고갈되었습니다. 정서적으로 느낄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해 버린 것이지요.
이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아이의 진취성도 거의 바닥입니다. 자존심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다 보니 자신을 지킬 마지막 방법으로 세상을 향해 높은 울타리를 칩니다. 그렇게 해야 아이는 상처를 받지 않을 테니까요. 한마디로 외부에 대해 신경을 꺼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방어적 고집입니다. 뭘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라고 해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아주 세진 것입니다.
실제로 이 아이의 두뇌유형 검사결과를 보니까 제가 예측한 그대로였습니다. 완전우뇌형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지에 뭐 하나 잘 나온 게 없었습니다. 다행이라면 원래 아이의 지능이 높았다는 흔적만을 역으로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현재는 그 지능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이 아이는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정말 예쁘고 영특한 사내아이였다고 합니다. 아이가 내뱉는 한마디를 듣고 있노라니 '이게 창의성이지!'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고 합니다. 또 어찌나 살갑게 구는지 안아주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 지나가는 사람도 다 한마디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랬던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영특함이 사라지더니, 중학생이 되어서는 아이의 인상마저 변하고, 눈에 있던 총기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입니다.
이제 아이 실력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갈 만한 대학이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아이 엄마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방향을 외국으로 튼 것입니다. 그 참에 아이 적성을 파악하고 싶어서 제게 온 것입니다.
저는 아이에게 회계학은 자신의 우뇌성향에 적합하지 않으니 심리학이나 방송 관련 전공을 할 것을 권했습니다. 자신의 두뇌에 적합한 전공을 해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고, 그래야 그 분야에서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이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았고, 자신이 뭔가를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열등감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뇌에 귀를 기울이세요. 아이는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그걸 찾아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몫입니다. 다행히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우뇌 아이에게도 많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좋아하는 분야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것도 지혜로운 엄마의 선택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