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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타민] '유형별 학습'에 사고력 갇힐 수 있어 안진훈-MSC영재교육원 대표 2017-10-12
편집국 bukbu3000@naver.com

대다수의 우리나라 아이들은 무슨 과목이든지 유형별로 공부합니다. 이 아이들은 시험 문제를 받자마자 먼저 자신의 직관을 이용해서 각각의 문제가 어떤 유형의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데 신경을 씁니다. 문제의 유형을 파악한 다음에는 유형별로 어떻게 풀 것인지 미리 정리해 놓은 해법들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이렇게 문제에 맞는 풀이법이 머릿속에서 검색되고 나면 마지막으로 그 방법을 활용해서 문제를 풉니다. 특히 어려운 수학에서 이런 유형별 학습은 더 강조됩니다. 이렇다 보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거의 모든 수학교재도 유형별 학습을 하도록 구성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형별 학습은 나름대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문제를 보는 순간 바로 어떻게 풀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효율성에 있어서 유형별 학습은 커다란 강점을 지닙니다. 특히 시험시간이 모자라 여유 있게 문제 풀 시간이 없는 중학교 수학시험 같은 경우 커다란 효력을 발휘하지요.


하지만 유형별 학습은 이런 효율성을 무색케 하는 수많은 위험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들이 문제 유형을 파악하는 데 관심을 쏟다 보니 문제의 세부사항을 놓치기 쉽습니다. 숫자를 잘못 보거나 계산을 잘못해서 뻔히 아는 문제도 실수로 틀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자기가 풀어본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좀 복잡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손도 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학원에서는 시험을 앞두고 거의 700 ~ 1000문제 정도의 문제를 풀게 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접하도록 해 새로운 유형에 대비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최상위를 가리는 고난도의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수능 같은 큰 시험에는 당연히 취약하게 됩니다. 셋째, 문제 유형을 파악했다 하더라도 해법을 잊어버리거나 해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 문제를 풀 수가 없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선행학습으로 반복학습을 하는 것도 해법을 머릿속에 새기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함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해도 여전히 틀리고, 더 이상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넷째, 유형을 파악한 후 해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아이들의 사고력을 죽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문제를 놓고 어떻게 풀지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머릿속에 떠오른 해법을 적용하기만 하니 당연히 사고력이 좋아질 리 없습니다.


유형별 학습이 이처럼 위험성이 많다면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선 문제를 보면 유형을 파악하는 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문제를 한 줄 한 줄 따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절대로 자신의 생각을 개입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또 출제자가 어떤 의도로 이 문제를 만들었는지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출제자가 이 문제를 만들 때 활용한 숨은 개념(hidden concepts)을 끝까지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문제에는 출제자의 숨은 의도가 있습니다. 이 의도를 찾는 데 집중해야지 해답을 보거나 딴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훈련하면 문제를 많이 풀지 않아도 사고력이 좋아지고, 문제해결 능력도 월등히 향상됩니다. 물론 이 방법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조금씩이나마 자신의 방법을 바꾸려고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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