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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지켜낸 어제, 우리가 피워낼 내일 2025-06-25
편집국 bukbu3000@naver.com


서울북부보훈지청 보훈과 류재희


75년 전, 1950년 6월 25일. 냉전의 한가운데, 같은 민족이 서로 총을 겨누고 외세가 개입한 복잡하고도 비극적인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갑작스레 시작된 전쟁은, 불과 며칠 사이 서울이 함락되고,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려 생존을 위한 최후의 전선을 구축해야 했다. 이후 인천상륙작전과 북진, 중공군의 개입과 1·4 후퇴, 고지전의 교착 상태까지 이어진 격전의 연속.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되기까지 3년 1개월 동안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다.


그 시간 속에서 고향과 집을 떠나야 했던 이들, 소리 없이 실종된 사람들, 총 대신 부엌칼과 담요를 들고 후방을 지킨 사람들까지. 그들은 전사로 기록되지 않았고, 교과서의 주요 사건 속에도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일상은 존재하기 힘들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무명의 병사들, 군번도 계급도 없이 참전한 학도병들, 고향을 지키기 위해 자원입대한 농부들, 부상자를 업고 산을 넘은 간호 요원들. 이들은 전장의 중심에 있었지만, 전쟁의 서사 속에서 잊혀 갔다. 국가유공자의 기준으로 기록되지 않았을지라도, 그들의 헌신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기억은 머릿속에서만 맴돌다 보면, 결국 흐릿해지고 퇴색되기 마련이다. 일상 속 구체적인 방식으로 기억해야 하며, 삶과 맞닿은 방식으로 기억할 줄 알아야 한다. 


마음으로 감사하고, 머리로 기억하는 것을 넘어, ‘일상 속 살아 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서울북부보훈지청은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노원구지회와 함께 월남전 참전유공자 북 콘서트를 열어, 참전유공자분들이 전쟁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글로만 남아 있던 기록이 말로 전해지며 살아 있는 기억, 삶과 맞닿은 보훈의 장을 꾸리고 있다. 또한, 최근 창도초등학교 돌봄교실 일일 특강을 통해, 어린이들이 국가유공자의 존재와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보훈’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아이들이 국가유공자에게 감사함을 전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사리손으로 써 내려간 아이들의 감사편지는 지청에 비치하여, 실제 지청을 찾아오는 국가유공자와 방문객들에게 그 마음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런 모습은 ‘감사의 방식’이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전달될 수 있으며, ‘보훈’이 특별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6월. 기념이 아닌 전쟁이 남긴 책임을 통감하는 시간. 그들이 지켜내고, 우리가 피워낼 것은 완성된 평화가 아니라, 완성해 가야 할 평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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