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bukbu3000@naver.com
▲ 이병록 (시인, 9988끈 사무국장)
10여 년 전 일이다. 강원도 철원에서 군 생활을 하는 아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가 고장이 나서 말썽을 부렸다. 근처 카센타에 수리를 의뢰해서 두 시간 정도의 정비 끝에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이고 차 불빛만 구불구불 산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한 30분쯤 달릴 때까지 주위에 차 한대가 안보였다. 내비가 분명 갈 곳을 가리키고 있는데도 맨붕이 오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혹시 딴 길로 가는 건 아닐까 왜 이리 차들이 없지? 이러다가 혹시 영영 길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으로 엄청 고생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맞다. 주위에 차가 있어 빵빵거리기도 하고 새치기도 하고 밀리기도 달리기도 했다면 과연 맨붕이 되었을까.
그때 더불어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핸드폰에 보면 ‘초대’의 기능이 있다.
초대!! 얼마나 황홀하고 매력적인 단어인가? 누군가 나를 찾고 부르고 한울타리에서 숨쉬기를 원해서 선택된 단어...초대!! 손편지 쓰던 시절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반가움과 기대, 기쁨 등 많은 설렘을 안겨주는 우체통이고 아침에 우는 까치의 울음소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 만일까.
실로 나의 존재를 알게 하는 고마운 단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나가기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볼 시간도 없고 카톡! 카톡! 하는 소리도 짜증난다는 게 대부분의 이유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이 핸드폰에는 너무도 자세히 있다.
나가기를 하면 다시 초대되기는 웬만한 아량으론 힘들다. 한쪽세계와 담을 쌓는 거다. 뭐 사는데 지장이야 없겠지만 그렇게 나가고 저렇게 나가서 초대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고 가정해보자.
영락없이 아무도 없는 길이나 터널을 나 혼자 간다는 것과 똑같고 순간 본인의 삶 자체가 맨붕에 빠질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하루 종일 전화한통 안온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사회는 운명공동체다. 나, 너, 우리가 있어야 이 사회가 돌아가고 사람 사는 맛과 향이 나게 마련이다.
다가오는 2025년에는 초대받기도 초대하기도 열린 마음으로 영접하면 어떨까. 초대받기가 나가기란 단어보단 훨씬 우리를 흥분시킨다는 게 그 이유이기 때문이다.
모든 분들의 2025년 건강을 격하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