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bukbu3000@naver.com
▲ 고금숙 도봉구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 아동에 관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정인이 사망 사건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청와대는 곧바로 ‘파양시키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논란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고 외려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16개월 된 아이가 양부모 학대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런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해법을 말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통령은 “우리가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우선 학대아동 위기 징후를 빠르게 감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은 입양에 대해서 “사전에 입양하는 부모들을 충분히 잘 조사하고 초기에는 입양 가정을 여러 번 방문함으로써 아이가 잘 적응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양 부모의 경우에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와 맞지 않다면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하지 않고 활성화하면서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정치권은 물론이며,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정인이는 아동학대로 사망한 것입니다. 가해 양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또는 입양 부모의 변심으로 사망한 것이 아닙니다. 아동의 생명권과 인권 차원의 문제였음에도 대통령은 입양 부모 중심으로 인식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입양 아동과 맞지 않는 경우 아이를 바꾼다든지’라는 발언은 버려지는 아동의 상처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정인이 양부모는 입양 부모가 아니라 살인자입니다. 대통령 말씀대로 아이를 바꿔준다면 정인이와 또 바뀐 아이 모두 잘 살았을까요? 입양이 양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고 환불하는 쇼핑인가요? 아동을 반품 가능한 존재로 여기는 대통령의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마치 미움을 사서 사망에 이른 정인이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말로도 들렸습니다. 인권변호사를 자처했던 대통령이 이날만큼은 양부모의 인권변호사로 보였습니다.
정인이 사건의 중대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해결할 의지도 없어 보였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였다면 그런 무책임한 발언은 안 나왔을 것입니다. 아이가 마음에 안 든다고 수시로 바꾼다면 그 아이의 인권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근본적인 대안은 친엄마가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주는 것입니다.
한 시민단체에서 설명하기를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키우면, 한 달 양육비가 20만 원 정도지만 입양시설로 가면 150만원이 나온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이를 완전히 입양하기 전에 ‘사전위탁보호제’가 있습니다. 사전위탁보호 제도는 법원이 입양 허가를 내리기 전에 예비 양부모가 입양아와 함께 사는 것으로, 예비 양부모와 입양 아동의 애착관계 형성 및 상호 적응을 위한 제도입니다. 아이의 행복이 중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정부는 입양을 활성화하면서 불행한 사고를 막으려면 입양 과정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함께 아이를 입양하는 가정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합니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시점에서 대통령의 반품발언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정인이를 또 한 번 가해한 대통령은 변명이 아니라 사과가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