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후문’, ‘남대문시장’, ‘북촌한옥마을 입구’. 언뜻 보면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이 장소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숙명여대 후문, 이봉창 활동 터’, ‘남대문시장, 이회영 활동 터’, ‘북촌한옥마을입구, 정세권 활동 터’, 이와 같이 독립운동가와 그 활동터가 병기되어 있는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 중 일부라는 점이다. 사실 독립운동의 역사는 이처럼 우리 일상 속에서 언제나 함께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장소들을 지나는 수많은 인파들이 일상 속에서 과연 얼마나 독립운동가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느끼고 있을까?
올해 우리 지청 보훈문화제의 일환으로 ‘정세권의 집집: 한옥에서 만나는 독립의 꿈’ 행사를 실시하였다. 기농 정세권 선생은 1920년대 일제의 탄압에 맞서 조선인들의 주거지를 지키고자 북촌과 익선동 등 서울 곳곳에 한옥마을을 형성하고 조선물산장려운동, 조선어학회 등에 재정적 지원을 지속함으로써 독립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이러한 업적을 널리 알리고자 약 두 달간 ‘북촌한옥역사관’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행사 참여자의 대부분이 ‘보훈’에 관심이 있어서 참여했다기보다는 북촌 지역을 지나다가, 한옥에 관심이 있어 참여한 이들인 가운데 행사의 일환으로 건축학과 교수님과 함께 독립운동의 흔적이 담긴 북촌한옥마을의 곳곳을 함께 걷게 되었다.
사실 참여자 대부분이 수도 없이 걸어봤을 북촌한옥마을이지만 교수님의 설명과 함께 살펴보는 북촌한옥마을은 모두에게 새삼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건축을 통한 정세권 선생의 독립운동사’를 주제로 이어진 다양한 질문과 소통은 해가 지고 행사가 끝난 후까지 이어졌고, 참여자들은 눈을 반짝이며 북촌에 숨겨진 독립운동사를 알아가는 데에 몰두했다.
일상 속 보훈이 비로소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북촌한옥마을입구, 정세권 활동 터’ 버스정류장을 지나는 이들이, 자연스레 정세권 선생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떠올릴 수 있길 바라보았다.
우리 민족이 광복의 기쁨을 맞은 지 불과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100년이라는 시간 만에 희미해져 가고 있는 광복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이번 광복절엔 익숙하지만 낯선 일상 속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 나서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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