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 사이렌이 울린다. 사이렌이란 본디 뭔가 변고를 알리기 위해 울리는 것이건만, 사이렌이 울려도 국민들의 일상은 평소와 다름이 없다. 매해 같은 달, 같은 날마다 있는 일이라 익숙한 건지, 휴일 오전을 조금이나마 더 즐기고 싶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다들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6월 6일은 현충일(顯忠日)이다. 이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1956년 4월 25일에 「현충기념일에 관한 건」이라는 국방부령이 제정된 이후로 70여 년간 변동 없이 6월 6일은 늘 현충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라를 구하고 국민을 살려낸 호국영령(護國英靈)들을 추모하는 날이라는 사실 역시 모르는 국민이 없다. 더 나아가 현충일에는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라 조기(弔旗)를 달게 되어 있으며, 오전 열 시에는 일 분간 사이렌이 울릴 때에는 추모 묵념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호국영령을 제대로 추모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충일에 국기를 게양하는 집이 줄어드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며, 오전 열 시 묵념 사이렌을 무시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심지어는 현충일에 울리는 사이렌에 공포를 느꼈다며 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게 우리의 실상이다.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어떤 국가관을, 어떤 신념을 지니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나를 위해 희생한 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건 이런 가치관을 넘어선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도리다. 호국영령들이 우리를 위해 청춘을, 목숨을, 일생을 투자했는데, 그 덕에 살아 숨 쉬는 우리는 단 하루도, 한 시간도, 하다못해 사이렌이 울리는 그 일 분조차 그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게 과연 옳은 일이겠는가.
우리가 현충일에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모두가 잘 아는 대로, 현충일에 태극기를 게양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딱 일 분만 투자해서 묵념을 하자. 이조차 못 하겠다고 한다면, ‘휴일’ 중 딱 한순간, 호국영령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사실을 기억해도 좋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바친 일생(一生)을 위해, 단 일 분(一分)만 투자하면 충분하다. 그것이 죽은 자들에 대한 산 자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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